블리스,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 조지프 캠벨
앞선 포스팅에서 알고있는 짧은 지식으로 조셉 캠벨의 삶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았는데 이번에는 최근에 나온 책 리뷰를 하려고한다. 책 제목은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이다.
이 책은 조셉 캠벨의 사상에 대해 개관하여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내용의 책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짜임새로 나온 책으로 조셉캠벨 재단에서 생전 그의 강의나 집필책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 나온 <신화와 인생>이 있다. 이번에 나온 이 책도 비슷하게 캠벨 생전 강의나 연구결과 그리고 집필책 내용을 기본 자료로 엮은 책인데 캠벨이 신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좀더 귀 기울여 엮어진 책 같다.
신화 심리학 관련된 장은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캠벨이 인도여행에서 구루를 만나는 장면, 어릴적 동생과 연극을 보러갔다 인디언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 관심을 보인 장면 그리고 그의 멘토에 가까운 하인리히 침머나 융 박사의 언급등은 캠벨을 좀 더 아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에겐 캠벨이라는 거인을 알아가는 과정에 또하나의 도움서가 될 책인것 같다.
캠벨의 사상의 핵심은 이 책 2장 '네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경구로 축약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생각을 초월하는힘이 존재의 본질이라는것. 이힘은 모든 만물에 편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전 찬도기야 우파니샤드에 이 경구가 나온다. "Tat tvam asi" 네가 바로그것이다. 신비주의의 신학의 특징하나가 주체와 객체의 분리가 희미해진다는 점 인데 이 경구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여행중 캠밸이 구루에게 물었던 질문이 "모든것이 브라흐만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것은 맞고 이것은 틀림다는걸 구별할 수 있습니까? " 였다. 그런데 이 질문은 그 구루의 스승에게 했던 질문과 똑같더란다. 그 구르의 대답은 "당신과 나의 경우는 구별 할 수 있습니다." 였다고 한다.
성육신의 신비는 우리 안에서 그러한 신비가 일어날 수있다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신화는 현대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캠벨은 신화는 우리의 성장과 변화에 틀을 제공하며 신화의 상징이 우리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 자신의 본성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것이다. 자신의 본성에 맞는 삶을 조셉 캠벨은 Flow your bliss! 라고 설파(?) 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이윤기 선생님은 천복을 따르는 삶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신화속 영웅들의 삶이 이러하며 캠벨은 이것을 몇단계로 도식화하여 영웅의 삶이라고 하였고 이에대한 작업은 그의 책 <천의얼굴을 가진 영웅>에 근거하였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는 기독교 신화를 중심으로 신화의 상징과 의미를 파헤치는 캠벨의 다른책 제목이기도 한데 참고하면 좋다.
내가 개인적으로 캠벨에게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지식이 많은 신화학자여서가 아니다. 내가 만난 종교학자 중에 한분이 루마니아 출신 엘리아데라는 분이있는데 내가 이분에게 받은 느낌은 굉장히 세련된 엘리트 이미지이다. 또한 이 분야(종교, 신화)에서 대가로 큰 족적을 남긴 분이라고 한다. 국내에 번역된 책들도 많다. 따라가기도 힘든 방대한 지식으로 이 분 저서들을 쫒아가는 과정은 지적 호기심은 채워졌으나 영적인 감동은 덜 했다. 하지만 캠벨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신화의 상징을 해석은 물론이고 신화속 상징이 가리키는 신비를 그대로 우리의 삶속으로 가져와 투영시켜 우리에게 알려준다. 더욱이 그의 삶 자체도 온전히 자신만의 신화를 이루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로 그의 과거나 시인의 눈으로 신화를 보고 신화속 지혜를 우리에게 전달하는 캠벨의 책을 읽을때면 때론 떨리는 흥분 또는 감동을 준다. 캠벨만의 색깔이 없다면 이것은 단순히 한분야의 대가라고해서 우리에게 전달이 되는것은 아닐 것이다. 일례로 따라가기도 벅찬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같은 책의 첫느낌은 감동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었다. 어려운 수학공식이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것처럼 건조하고 난해함때문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레비스트로스도 구조주의라는 해석의 방법만 다르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열대우림의 부족의 수 백개 신화를 채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신화는 하나의 커다란 "구"라고 표현했으니 말이다. 분야 전문가들은 인류학자,신화학자,언어학자 타이틀에 따라 캠벨 ,엘리아데, 레비스트로스,뒤르켐등과 같은 대가들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이야기하는것이 불쾌할 수 도 있겠으나 나는 인간의 의식을 추적하고 밝혀낸 작업들을 하는 학자 라는점에서 똑같은 추적자(searcher)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또하나 인지한점은 쇼펜 하우어와 캠벨의 연결점인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모르겠다. 융과 프로이드 그리고 하인리히 침머는 생전 교류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예상은 하고 서로간에 연결점이 있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캠벨과 이들의 학문적 연결성과 변증을 찾아 이해하는것이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사실 다들 거대한 산과 같은 느낌의 사람들이라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 책은 캠벨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신화와 인생>과 함께 추천할만한 책이라 생각이 들며 캠벨이 끌린다면 읽어보면 후회 없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기전 정리해놓으면 좋을 용어와 설명
아돌프 바스티안Adolf Bastian:독일의 의사이자 인류학자이다. 그는 상징의 보편성을 설명하기 위해 원소적 관념이라는 사용을 했다.또한 원소적 관념이 특정한 문화적 배경, 즉 민족의 배경에 따라 특유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을 민족적 관념이라고 불렀다.
파울 뷔르츠 Paul Wirz: 스위스의 인류학자. 뉴기니 서부의 마린드-아님족에서 원형의 신화를
파이데우마(Paideuma):아프리카 원시 문화를 연구한 레오 프로베니우스가 사용한 용어로, 문화가 물리적 배경-기후,토양,지형에 의해 형성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생득적 방출기제(Innate Releasing Mechanism):IRM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전에 결코 경험한 적이 없는 환경에 동물이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계의 유전적 구조를 지칭하기 위하여 만든 용어이다. 이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을 "신호자극" 혹은 유발인(releaser)라고 불렀다. 캠벨의 역작 <신의가면-원시신화>편에 바다거북이나 병아리를 예로들어 설명되었다.
집단무의식(the collective unconsciousness):융은 인간정신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두개의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반응 체계를 확인한다. 그 중 하나를 개인 무의식(the personal unconsciousness)라고 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경험에 기인하는 억압된 기억 이미지의 맥락에, 혹은 잊혀지고 무시된 기억이미지에 근거한다. 다른하나를 집단 무의식이라고 하는데 병아리의 신경계 안에 있는 매의 이미지와 같은것이 이것에 해당한다. 그것이 어떻게 해서 형성되어있는지 아무도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각인(Imprint): 출생 직후 애착히 형성되어 지워지지 않은것,엄마의 자궁에서 세상으로 내던져 진다.
원형(Archetype): 상징이 지닌 에너지가 집단적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 융이 말한 집단 무으식의 내용을 원형이라고 부른다.
양가감정(ambivalance): 프로이트가 사용한 용어로, 어떤 욕망이 무의식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욕망을 금지하는 규정도 함께 따라 들어간다는 사실 그래서 무의식 속에는 금기가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는 역동적 에너지 단위가 생기는데 이것을 양가감정이라고한다.
내면화(introjection):욕망을 억제하고 또한 금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점차 사회 질서에 동화되는 것
에난티오드로미아(Enantiodromia): 칼 융이 사용한 용어로 인격의 반전으로 나타나는 감정 변화를 일컫는다 그리스어로 드로이마는 '달리다'라는 뜻이고, 에난티오는 '반대방향으로'라는 뜻이다. 따라서 에난티오드로미아는 '반대방향으로 달린다'는 의미가 된다.
신화의 보편성에대한 연구자들의 생각
흥미롭게도 지역을 초월하여 모든 신화는 상징이 전달하는 의미에대해 보편성을 갖는다. 인류의 의식적 통일성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융의 집단무의식에서 말하여진 "원형"개념과 연결 되고 이보다 앞서 독일의 인류학자 아돌프 바스티안(adolf batian)의 이론에서 나온것이다. 바스티안은 신화의 생성을 "원소적 관념" 그리고 "민족적,종족적 관념"으로 언급하였는데 원소적 관념으로 이러한 신화의 보편성에대한 근거로 제시하였다. 원소적 관념은 심리학적인 것이고 민족적(ethnological) 관념은 민족학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둘 중 어떤것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신화의 발생동기에 대한 관점이 완전하게 갈리게 되는데 심리학 과 민족학이라는 분야의 우선순위 관계로 까지 확장되어 논의 되어야한다. 레디클리프 브라운은 후자에 위치해 있는 학자이다. 이에대한 심화된 내용은 신의가면 - 원시신화 유전된 이미지의 수수께기를 참조하면되는데 흥미로운 부분이다! 조셉캠벨은 결론을 내리지 않지만 전자의 입장인듯하다.
신화의 기능
1.생명의 본성과 화해 - 이런의미에서 몬타나주 블랙풋 신화와 기독교신화의 창세기를 비교하여 신화적사고를 살펴보자면 기독교 신화의 부조화스럽고 건조해진 신화 이야기는 창세기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우주관 제시- 자연과 나의 관계를 성립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를 설명
3.특정 사회체제의 공동가치에 대해 정당성 부여하고 유지- 여러지역의 원주민들은 그들만의 신화를 공유하며 살아가는데 그들의 의식의 규범이 된다는것은 많은 민족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4.소속된 집단의 사회와 우주의 질서를 조화를 이끌고 유지시키는 역할 - 하늘의 뜻이 땅에도 이루어지듯이.. ,성경의 우주관은 이미 5천년전 수메르인들이 발견한 우주관임을 인정해야한다.
신화적 사고에대한 깊은 설명과 추적은 일본의 비교종교학자 신이치 교수의 <인류 최고의 철학- 신화>외5권에 얇지만 굉장히 흥미로우며 최신의 인류학,심리학 내용들과 함께 지적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지는 5권으로 되어있는 시리즈 책이다. 추철할만한 다른 책은 엘리아데의 <신화와 현실>인데 신화의 기능에 대해 엘리다에만의 색깔로 깊은 통찰을 하였다.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 조지프 캠벨 지음, 노혜숙 옮김, 한성자 감수/아니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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