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의 항해자들 - 브로니스라브 말리노브스키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은 말리노브스키라는 폴란드 출생의 학자가 1922년 출판한 의미있는 인류학서적이다. 이 분은 영국의 인류학자인 프레이져라는 분이 저술한 인류학 고전<황금가지>를 읽고 인류학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1915년 8개월간 1917년 1년동안 트로브리안드섬에서의 현지조사(참여관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책 이 바로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이다.
이책은 또한 영국의 사회학자 뒤르케임의 조카 마스셀 모스가 저술한 <증여론>에도 영향을 주었다. <증여론>은 구조주의 신화해석으로 유명한 레비스트로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니 이와같은 일련의 관계들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아시다시피 레비스트로스 의 <슬픈열대>라는 책도 이 책과 비슷한 참여관찰의 결과로 기행문 식으로 써내려간 책인데 배경이 푸르른 바다가 아니라 남미 브라질 열대우림 아마존 한가운데이다. 개인적으로 이책의 놀라운점은 20년전 소싯적 탐사를 기억으로 몇개월만에 만들어진 책이라는데 (그만큼 꼼꼼히 기록했고 보전했으리라 예상하지만) 레비스트로스 말년에 써진 책이라는 점에서 나는 놀라웠다. 물론 같은 저서인 <신화학>에서의 방대한 원주민 신화연구에도 놀랍지만 말이다.
앞서 말한 프레이져경의 <황금가지> 라는책도 놀랍다. 19세초에 나온 이책은 전세계에 관찰되는 터부와 주술 그리고 신화들을 방대하게 망라하고 있는데 온전히 자료수집에만 의존해서 집필된 책이다.
언급한 책들에대한 간단한 리뷰들은 이사오기전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이곳 티스토리로 옮겨 정리해놓을 계획이다.
책을 읽기전 아래 정리된 용어와 구글 지도를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중심으로 이 지역의 원주민들은 "쿨라" 라고하는 제의적 교환을 하는 일종의 풍습이 있는데 "쿨라"는 굉장히 방대하고 상세한 규율과 터부그리고 주술이 함께하는 이지역 사회의 사회적 메커니즘이다. 지역이라는 단어가 협소한 느낌이 있으나 굉장히 넓게 연결되어있는 메커니즘이며 (아래 캡쳐 지도 아래쪽에는 쿨라 교역에서 중요한 위치인 투베투베섬,미시마섬,와리섬 은 보이지 않는다) 원주민들의 의식체계에 녹아있는 사회적 심성이다. (주술이 연결되어있기때문에)
주의할것은 "쿨라"는 제의적 교환임으로 소위 '문명인'이라고하는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물물교환,가치교환의 형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흥미로운점은 소우라바라(조개목걸리는)라고하는 교환물은 쿨라 체계에서 시계방향으로 이동하고 므와리(조개팔찌)는 시계반대 방향으로만 교환이 이루어진다. 또 하나 섬과 섬사이의 "쿨라"교환도 있지만 섬내에 마을,부족 끼리의 지역적"쿨라"도 존재한다. 아래 이미지에서 빨간 사각형은 군도나 제도명을 표시해 놓았고 일반 화살표는 책에 자주언급되는 섬의 이름을 표기해놓았는데 남맛심 지역의 투투베섬,와리섬등은 이미지에 없다. 책에 저자가 작성한 2~3장의 지도가 있는데 더 상세하고 의미있는 지도들이기때문에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젠 용어, 책 곳곳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 사물의 명칭 주술의 명칭등이 자주 나오는데 전부는 나열 하지못하고 메모해놓은 것들만 기록을 남기는데 한번읽은 후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판다누스: 열대식물로 1m에 이르는 선형잎이 자란다
빈랑나무:종려나뭇과의 상려목 이고 높이는 25m 정도이다.
얌:우리가 이야기하는 마 ,고구마처럼 삶거나 구워먹는다고 한다.
김와리(gimwari): 우리가 이해하고있는 물물교환을 지칭하는 원주민 언어
바가(vaga):시작의 선물
요리테(yotile):보답의 선물
바시(basi): 중간의 선물
쿠두(kudu):결말짓는 선물
토리-와가(toli-waga):카누의 소유 주인
메그와(megwa): 주술의 주문 또는 요파(yopa)라고도 한다.
카리야가(kariyala):주술적 징조...
와유고(wayugo):카누제조시 묶는 넝쿨풀
나게가(nagega): 트리브리안드 동부에서 만든 카누인데 마사와 보다 더 큰 카누이며 먼바다 항해가 가능하다.
케워우(kewo'u):가장 가까운 근거리 카누
카리포우로(kalipoulo): 중거리 항해용 카누
마사와(masawa):트리브리안드의 가장 원거리 항해용 카누
사가리:음식물 교한
소이(so'i):장례식 잔치(?)
우우라(u'ula):주문의 서두
탑와나(tapwana):중심부분
도기나(dogina):결론부분
역자서문에 나온문장 하나를 인용해보면 말리노브스키의 제자인 리치는 "영국의 사회인류학은 1914년 트리브리안드 섬에서 시작되었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만큼 이책은 인류학에 의미있는 책이라는 말인데 비전공인 나같은사람이 책내용의 전부를 이해하는것도 벅차거니와 짧은 지식으로 그것들을 알려고하는게 무리일 수 있으나 내가생각하는 "인간학문"(인류학) 그리고 저자를 통해 들은 트리브리안드 원주민의 생각 이야기를 이야기 남긴다.
참여관찰의 목적은 원주민의 눈으로 이세계를 보는 방식을 아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자가 있고 tv를보며 자본주의라는 사회체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사고가 그들과 다른다는데서 그들의 사고를 온전히 이해하는것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는것 같다. 내가 지금 창밖에서 보고있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본 느낌이 원주민의 그것과 같을까? 그 간격을 줄이고 그들이 행하는 언어,감정,주술의 주문,갑작스러운 태풍 등에대한 감정을 밖으로 풀어내는것이 인류학자들이 하는 역할이지 않을까? 너무 멀리나간것 같다.
원주민들에게 "쿨라"는 단순한 물물교환이 아니라는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다. 쿨라는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고 각자에게 명예를 부여한다고한다. 그래서 쿨라를 위한 대규원정의 계획이 세워지는 순간 쿨라 항해를 위한 카누의 건조부터 쿨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카누를 제작하기위한 나무를 선택한후 노동에 참여한 원주민과 토리와가가 주문을 외우고 제작의 여러단계와 마찬가지로 진수와 항해의 시작은 두말할 것없이 주술과 함께하며 쿨라파트너의 섬에 도착해 쿨라교환을 할때도 주문과 자세한 그들만의 복잡한 관습과 규칙들이 존재한다. 주술은 원주민들의 심성을 완전히 지배하고있으며 오래된 신화적 시대의 신화세계의일과 현실의 일상의 일들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한다. 또한 주술은 공동체의 여러가지 활동에 절차와 질서를 부여해줄 뿐만 아니라, 주술과 주술에관련된 의식은 공동작업의 조직과 공동체의 협조를 이끌어 내느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쿨라"에 대해 이야기할때 포틀래치라는 북미인디언의 선물향연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 하지않을 수 없는데 "포틀래치"는 치누크족의 언어로 "소비하다"라는 뜻으로 선물전시 성격의 의례인데 선물을 받으면 보답해야하고 보답하지않으면 노예의 신분이 되기도 하는등의 일이 발생한다. 행사 주최자는 체면 권위때문에 경쟁적으로 선물을 분배를 하며 중요한 토템동판을 초대자들 앞에서 고의적으로 부수기도하는등의 행위를 한다. 이는 미국의 인류학자 프렌츠 보아스에 의해 자세하게 언급되었고. 이런 포틀래치의 대규모 확장을 트리브리안드의 "쿨라"로 보았다.(보아스인지 모스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흥미롭지 않은가? 원주민들의 선물의 경쟁적 보답의 의례적 행사, 그것도 태평양을 가운데두고 저 멀리 떨어져있는 북미와 말레네시아의 비슷한 성격의 의례적 교환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끔 회자되는 "오블리스 노블리제"는 쿨라나 포틀래치같은 원주민의 관례적 행사에서 그 근원을 찾아 자본주의 도덕을 제시하기도한다. "오블리스 노블리제"를 언급 하지않더라도 원주민들에게는 교환없는 부의 축적은 사회적지위 하락 스스로의 인격 낮춤의 행위일 뿐이며 그들사이에서 존중을 받지 못한다. 우리들은 부의축적은 능력이겠지만 신화적 사고를 하는 원주민들에게는 그렇지않다는 것이다. 재화는 순환하는것이 자연의 순리에 맞는것이며 그들의 사고에 각인이 되어있는것이다.
또한번 다시 상기하면 "쿨라"는 동등한 가치의 물건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일상적인 가치교환이 아니다. 그러므로 흥정이라는것도 하지않는다. 물론 쿨라교환때 함께 가치교환성격의 물품교환이 동반하여 일어나기도하나 가치교환을 가리키는 원주민들의 용어는 따로있다. 쿨라교환은 반드시 선물(gift)이어야만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답례가 뒤 따라야만한다. 마스셀 모스가 <증여론>에서 이야기 했듯 므와리와 소우라바는 단순한 팔찌와 목걸이가 아니다. 원주민들에게 이것은 '영'적인 뭔가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쉬울것이다. 증여물의 교환을 통해 사회적인 결속을 형성해 간다는 뿌리깊은 성향이 있다는 것이며 '주는것' 그 자체를 위해 주는 행위가 원시사회의 보편적인 특징이라는 것이다. 몇년전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TV프로에서 나온 남미의 원주민의 생활을 가까이서 보여준 프로가있었다. 그리고 몇년뒤 신문을 통해나는 그 원주민들이 현지 벌목사업의 이권으로 그 원주민들이 몰살 당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원주민들의 생에대한 관심이 상실과 그리고 그들의 심오한 인간관계또는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깰 경우 우리(현대인)보다 더욱 자기암시에 민감한 원주민들은 살고자하는 욕망전체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였다.소위 문명인이라는 우리(현대인)들의 개입조차도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한 밀라노브스키가 방금 전말한 신문의 소식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참담한 심정이었을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인류학자인 말리노브스키가 하고 싶은말은 무엇이었을까?
22장 쿨라의 의미라는 마지막 장에서 그는 이야기했다. 이런 민족지적 원주민에대한 이해와 지식을 지혜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소망이다! 우리가 잠깐 동안 미개인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의 눈을 통해 외부세계를 보고, 그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우리 스스로 느껴보는 일은 가능하지만 우리의 최종목표는, 우리자신의 세계에 대한 견해를 풍부하게 하고, 심화시키고, 우리자신의 본질을 이해하여, 지적이고 예술적으로 잘 다듬는 지혜를 갖자는것이다.
다른사람들의 근본적인 견해를 존중과 진정한 이해를 유지하며 파악하는 과정에서 미개인에 대해서도 그러한 태도를 잃지 않으면, 우리의 견해를 넓어질 수 밖에 없고 관용의 정신이 문명화된 인간성에 지금처럼 간절한적이 없다고 생각한 저자는 바로 다른문화에대한 올바른 이해로 우리의 스스로 이 관용의 정신을 우리가 갖자는 것이다! 레비스트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문화에 있어 우/열을 가르는것은 뒷골목 개에게나 던져줘라 우리가 "미개하다"고 하는 원주민들의 사고와 현대인의 사고매커니즘은 아주 오래전 인류는 이미 완성시켰으며 그 형태만 달라졌다는것이다. 그는 이것을 <야생의 사고>로 그에 대한 근거를 밝혔다.(옮긴의 정리의 이해만으로도 굉장히 난해한 책이다..)
책의 학문적 가치를 따지는것이 아니라 단순히 책을 읽을 당시 나의 상황에 따른 기준으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열대>보다는 훨씩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다. 드넓고 푸르른 남태평양의 산호초와 섬들의 풍경을 설명할때는 상쾌함을 느꼇고 원주민들의 자세한 쿨라 원정 설명에서는 장대함도 느꼈다. 또한 그들의 자세한 생활을 들여다 볼땐 호기심도 느낄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본 후 다시 바라본 우리(현대인)는 우리들의 미개함도 보였다. 관용없는 현대인(다수가)은 타인의 문화와 종교를 인정하려 하지않는다(관용의부재와 미성숙) 오로지 부의 축적만이 목적이된지 오래고 주위의 어려운 동료의 경제상황은 뉴스거리일 뿐이다.(자본주의 폐해) 과학이 역사상 가장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와 동반한 균형있는 영적사유의 발전은 땅에떨어져 낮아지고만 있다.(온갖 반인륜적인 사건사고들..) 원주민들의 사고와 사회시스템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러한문제를 해결을 하며 조화롭게 그들의 문화를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화와 주술과 현실의 연결성에대한 지식의 부족이 아쉽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들에게 배워야 할지도 므르겠다.
"자연으로 돌아라가" - 장자크 루소
서태평양의 항해자들 - 브로니스라브 말리노브스키 지음, 최협 옮김/전남대학교출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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